* 이 글은 디지털 타임즈에 게재된 민경배님의 글입니다. (원문링크)
[DT 시론] 디지털 암흑기의 경고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교수
역사는 기록으로 기억된다.
영상 매체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모든 역사는 문자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문자는 역사적 장면들을 온전히 후세에 전해주지 못하는 반쪽짜리 기록이다. 문자 기록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몰고 나가 왜적을 물리쳤다는 사실을 알려 주지만, 당시 거북선의 실제 모습이나 치열했던 전투 장면을 정확히 보여 주지는 못한다. TV 드라마를 통해 방영되는 한산도 대첩의 장대한 장면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문자 기록을 토대로 하여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구성한 상상의 산물일 뿐 결코 역사 그 자체는 아니다.
그러나 영상 매체의 발달과 함께 인류는 과거의 역사를 보다 생생한 모습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은 문자 기록보다는 달 표면에 찍힌 암스트롱의 선명한 발자국으로 우리의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으며, 광주 5.18의 끔찍한 참상 역시 시민들의 머리를 내리찍는 무장 군인들의 곤봉 사진을 통해 기억되고 있다. 문자 매체에서 영상 매체로 진화하면서 인류의 역사는 한층 더 정확하고 풍성한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지털 전자 매체 시대의 도래는 인류 역사의 기록에 다시 한 번 새로운 진전을 가능케 했다. 인터넷 공간에 현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하루하루 일상적 삶이 고스란히 기록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 매체 시대가 굵직한 사건들을 생생한 영상으로 기억할 수 있게 해주었다면, 디지털 전자 매체는 평범한 개인들의 사소한 일상사까지도 빼곡히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인터넷 공간의 기록들을 다음 세대는 온전히 물려받을 수 있을까? 그래서 정보화의 여명기를 막 넘어선 지금의 모습들을 후세는 고스란히 역사로 기억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대답은 "아니오"가 될 것 같다. 어쩌면 우리 후손들은 지금의 역사를 말해주는 변변한 기록 하나 제대로 갖지 못할 수도 있다. 정보 문명의 초창기인 현재는 먼 훗날 `디지털 암흑기'라 지칭될지도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의 하루하루 일상이 고스란히 기록되는 디지털 전자 매체 시대가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은 `디지털 암흑기'로 명명될 것이라는 역설적인 예측은 다음 두 가지 이유로부터 비롯된다. 첫째, 디지털 정보가 갖는 강한 `휘발성'이라는 속성 때문이다. 무형의 전자적 코드로 기록되는 디지털 정보는 그것이 저장되어 있는 서버에서 지워지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매우 연약한 매체이다. 둘째, 날로 극심해져 가는 지식 정보의 상업화 때문이다. 아무리 중요한 지식 정보라 하더라도 상업적 가치가 떨어진다면 곧 보존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한 순간 소멸될 운명에 처하고 만다.
디지털 암흑기의 재앙은 벌써 시작되고 있다. 인터넷 초창기 개인 홈페이지 열풍을 주도했던 1세대 포털의 대표주자 `네띠앙'은 이미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영영 사라져 버렸다.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에 앞서 국내 통신공간을 선도적으로 개척했던 PC통신 `하이텔'도 이달 말이면 완전히 모습을 감추게 된다. 후세의 아이들은 박물관에서조차도 정보화 초창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마침 사라져 가는 디지털 정보 유산들을 보존하기 위한 의미있는 행사가 마련되었다. 정보트러스트 운동의 일환으로 가치있는 디지털 오픈 아카이브를 발굴하여 널리 알리자는 온라인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정보트러스트 어워드' 홈페이지(http://award.infortrust.org)를 통해 네티즌들로부터 추천과 평가를 받고 있으며, 최종 선정된 디지털 오픈 아카이브에게는 지속적인 유지, 보존을 위한 지원까지 제공될 계획이다. 추천된 목록들을 한번 살펴보시라. 인터넷 공간에 이토록 다양한 아카이브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되고, 이렇게 좋은 아카이브들이 지금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 것이다. 비록 인지도가 낮고 상업적 가치는 떨어진다 해도 반드시 보존해내야 할 아카이브들이다. 최소한 지금의 우리 시대가 먼 후세에 `디지털 암흑기'라는 오명으로 불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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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신뢰를 기반으로 흐른다. :: 디지털암흑기
디지털 정보의 보존에 관한 훌륭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정말 지금의 시대를 후세들은 디지털암흑기라고 할지도 모른다. "초기 디지털 시대, 그러나 남겨진 기록은 없었다." 그런 시대가 ..


















